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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볼까 두렵다'... 한국인은 잘 모르는 중국인의 체면

dooly22 2017. 10. 24. 22:01

[중국사람 이야기 27] 중국사람 체면을 세워주는 방법

▲ 중국사람의 '체면'은 한국사람의 '체면'과 완전 다르다.

한국사람에게 체면은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사람도 체면을 중요시하는데, 한국사람과 중국사람이 생각하는 체면은 다릅니다.

그래서 두 나라 사람이 만나,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사람이 중국사람 체면을 세워줘야 할 때,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중국사람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하면, 중국사람은 자신의 체면이 섰다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되레 한국 사람이 자신의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중국사람이 선의로 한국 사람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어떤 행동을 했는데, 한국 사람이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체면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니다.

한국어에서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로, 정신적인 내면과 사회적인 외면을 모두 포함합니다. 한국사람은 '내가 체면이 섰다'고 할 때, 주변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를 바라봤을 때도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체면을 '미앤즈(面子)'라고 하는데, 중국어에서 체면(面子)은 '신체와 얼굴 즉 외면이 보기가 좋다'고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체면(面子)이란 나의 외부적인 모습, 즉 외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가 중요하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 없습니다. 중국사람이 생각하는 체면이란 실제 본질과 관계없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명인이 내게 "꺼져"라고 했어도 개의치 않는 중국사람

'갑자기 집에 불이 나는 것은 안 무서워도, 내가 넘어지는 것은 무섭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갑자기 불이 나 집이 불타 없어지는 건 두렵지 않지만, 내가 길에서 넘어져 옷이 더러워지면 남에게 체면을 구기게 되고, 그러면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사람은 남에게 보이는 겉옷(외면)이 더러워지는 건 체면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남에게 보이지 않는 속옷(내면)은 아무리 더러워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중국사람의 체면을 설명하는 '루쉰'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루쉰'은 <아Q정전> 소설을 쓴 소설가입니다.

'내가 유명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했다'라고 말하면, 주위 사람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부러워합니다. 나는 주위 사람에게 체면을 얻게 됩니다. 주위 사람이 나에게 유명한 사람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면,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꺼져!'라고 말했어"라고 사실대로 말합니다. 나는 유명한 사람을 만나기는 했지만, 만나자마자 쫓겨난 거지요. 하지만 나의 이런 답변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중국사람은 내가 유명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실제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유명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면서 나의 체면을 세우는 게 중요한 거지, 내가 유명한 사람을 만나 무시를 당했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한국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체면을 주지 않았다'

중국사람은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자신이 잘못 한 일을 들춰내면, 상대방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한다 해도, 결코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방이 내게 체면을 주지 않아, 내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잘잘못이 분명한 일이라도, 법정에서 다투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사람과 다툴 일이 생겼을 때는, 당사자와 나 둘만의 공간으로 장소를 옮겨 이야기해야 합니다. 시비가 분명한 일은 쉽게 해결됩니다. 중국사람의 잘못이 확실하더라도, 그가 주위 사람에게 체면을 잃게 하면 안 됩니다.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체면(體面)과 중국사람이 생각하는 체면(面子)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 중국사람의 체면을 세워주려 할 때는, 반드시 중국 사람이 생각하는 체면을 세워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체면을 깎아도 자신의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체면을 세워주어도 자신의 체면이 섰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사람 체면을 세워주는 방법

중국 친구가 어느 날 자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겨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면서 저를 초대했습니다. 이날 중국 친구가 준비한 만찬은 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온 친구 아들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역을 축하하는 자리를 당사자의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의 친구가 마련한 거지요.

중국사람은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친구를 대신해 좋은 일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만들어 주위 사람에게 그 친구의 체면을 세워줍니다. 한국사람이 중국사람에게 도움을 받았을 경우, 고맙다고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중국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체면이 서게 해주는 겁니다.

신세를 진 중국사람에게 보답하는 방법으로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 중국사람의 주변 친구와 같이 식사 자리를 마련해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 고마워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고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해 당사자의 체면을 세워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체면을 잃었을 때, 체면 세워주는 방법

내가 상대방의 체면을 깎았을 때, 상대방의 체면을 다시 세워주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중국사람은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보상하고, 빚을 지면 돈으로 갚고, 체면을 상하게 했으면 당연히 체면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고전 소설 <홍루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재산이 많은 남자가 두 명의 부인과 살면서 각각 첫째 부인, 둘째 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남자가 첫째 부인의 시녀를 셋째 부인으로 삼으려고 하자 첫째 부인이 화가 났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둘째 부인에게 크게 화를 냈지요. 그런데 사실 둘째 부인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둘째 부인은 여러 사람 앞에서 체면이 깎였고, 첫째 부인은 막 바로 자신이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첫째 부인은 둘째 부인의 체면을 다시 세워주기 위해, 둘째 부인의 동생에게 '내가 요즘 노망이 나서 자꾸 말실수를 한다'고 슬쩍 돌려 말합니다. 그리고 둘째 부인의 아들에게 '내가 조금 전에 너의 어머니한테 화낼 때, 너는 어머니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라며, 둘째 부인 아들을 질책합니다.

첫째 부인은 둘째 부인의 동생과 아들을 이용해 둘째 부인의 체면도 세워주면서 자신의 체면도 지켰습니다. 첫째 부인이 둘째 부인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했다면, 첫째 부인은 자신의 체면을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중국에서는 이 이야기를 사자성어로 '지상매괴(指桑?槐)'라고 합니다. <삼십육계>는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른여섯 가지 계책을 쓴 중국 책입니다. '지상매괴'는 <삼십육계> 중 28번째 계책입니다. '지상매괴'는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를 욕한다'는 뜻인데, 상대방을 직접 비난하기 곤란할 경우, 제3자를 욕하는 척하며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청나라 시대 소설가 조설근은 소설 <홍루몽>에서 자신이 직접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경우, 제3자를 야단치는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 자신의 체면을 깎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는 계책으로 사장성어 '지상매괴'를 이용했습니다.

중국에서 체면은 실제와 관계 없습니다

실제와 전혀 관계없이 외부로 보이는 체면만 세우는 모습을 살펴봅시다.

1873년 청나라 동치 황제 이야기입니다. 동치 황제가 국가 의식을 거행하면서 유럽 각국 사절을 초대합니다. 이때 청나라는 이미 종이호랑이로 전락해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사절에게 황제를 만날 때. 무릎을 꿇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세 번 절하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지요.

청나라 신하들은 유럽 사절이 '삼배구고두례'를 하지 않으면 황제의 체면이 깎이고, 그렇다고 유럽 사절에게 강제로 시킬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지요.

다행히 이때 '우커뚜'라는 유능한 신하가 등장합니다. 그는 황제에게 유럽 사절은 개돼지와 같은 짐승이기 때문에, 짐승에게 '삼배구고두례' 예를 받으면 황제도 결국 짐승이 된다며, 유럽 사절이 '삼배구고두례'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황제는 국가 의식을 진행하면서 중국 신하에게만 '삼배구고두례'를 시키고, 서양 사절에게는 모자를 벗고 간단하게 묵례하는 짐승의 인사를 하라고 합니다.

어쨌든 동치 황제는 주변 사람에게 황제의 체면을 지킨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청나라 강희, 옹정, 건륭 황제는 유럽 사절에게 이미 16차례나 '삼배구고두례'의 예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청나라 서태후와 광서 황제 이야기도 있습니다. 1899년 서구열강 국가의 경제 침탈로 중국 시장이 개방돼 물가가 폭등하고 세금이 가중되자,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 청나라 국민이 서구열강을 몰아내자는 의화단운동을 일으킵니다.

1900년이 되자 의화단은 북경에 있는 서구열강 국가 공사관을 포위합니다. 서구열강 국가 공사를 추방할 힘도, 의화단을 제어할 힘도 없는 청나라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서구 열강 8개 국은 5만 명의 연합군으로 북경을 공격합니다. 다급해진 서태후는 신하와 어떻게 할지 대책방안을 논의합니다.

이때 또 유능한 신하가 등장합니다. 그는 요즘 중국 서쪽 '서안' 지방에서는 야생 동물이 민가에 내려와 피해가 크다며, 야생 동물 사냥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태후와 광서 황제는 황급히 '서안'으로 사냥을 떠납니다. 그러고 나서 막 바로 8개국 연합군이 북경 자금성을 함락하고 약탈을 시작하지요.

청나라 수도 북경이 8개국 연합군에게 함락되기는 했지만, 서태후와 광서 황제는 도망을 간 게 아니라 사냥을 간 것이기 때문에 신하와 백성에게는 체면이 섰습니다.

중국에서 '체면'이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떻게 보이는지, 즉 외부적인 모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주위 사람이 실제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47&aid=000216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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